1,000m 넘는 고산이 이어지는 밀양의 알프스
밀양에 솟은 천황산과 재약산은 해발 1,000m를 넘는 고산지대여서 영남의 알프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 가운데 재약산 사자평은 가을이면 억새가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곳으로, 최고의 가을산행지로 손꼽힌다. 이번에 소개할 길은 호박소계곡에서 출발해 재약산 사자평을 지나 표충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총거리는 8km이고 총소요시간은 7시간으로 잡는다. 계곡과 고원, 천년 고찰을 하루에 잇는 길이라 걷는 동안 풍경이 계속 바뀐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넉넉히 드는 만큼 일정을 여유 있게 짜는 것이 좋다.
구간 순서대로 따라가는 세 곳
코스는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뉜다. 지나는 순서는 아래와 같다.
- 1구간 호박소계곡(시례 호박소) : 산내면 남명리 시례마을에서 시작한다. 재약산에서 뻗어 내린 얼음골에서 3km쯤 가면 가지산의 한 물줄기인 호박소 계곡이 나타난다.
- 2구간 재약산 사자평 : 재약산 정상 동남쪽에 펼쳐진 대평원이다. 수미봉, 사자봉, 능동산, 신불산, 취서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억새평원을 이룬다.
- 3구간 표충사 : 재약산 남서쪽 기슭에 자리한 천년 고찰로, 산행을 마무리하는 종착지다.
세 구간의 성격이 뚜렷하게 다르다. 물소리를 들으며 시작해 하늘이 트인 고원을 걷고, 사찰 경내에서 마치는 흐름이다.

호박소의 백옥 같은 화강석에서 사자평 고원까지
첫 번째 구간인 호박소는 수십만 년 동안 계곡물에 씻긴 백옥 같은 화강석 위로 하얀 포말을 이루며 물이 쏟아지는 곳이다. 주변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한국의 명수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몸을 풀며 걷기 시작하기에 알맞은 출발점이다. 이후 길은 재약산으로 이어진다. 재약산은 높이가 1189m에 이르며 산세가 수려해 삼남금강이라 불린다. 산세는 부드러운 편이지만 정상 일대에는 거대한 암벽이 버티고 있다. 정상 동남쪽의 사자평은 해발고도가 800m에 달하는 고원지대로, 일대가 목장으로 개발되어 있을 만큼 땅이 넓고 완만하다. 수미봉부터 취서산까지 능선을 따라 억새평원이 이어져 시야가 시원하게 열린다.

천년 사찰 표충사에서 마무리
하산길의 종착지 표충사는 1천 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신라 무열왕 원년인 654년 원효대사가 가람을 세우고 죽림사라 이름 붙였다. 흥덕왕 4년인 829년에는 황면선사가 부처님 진신사리 3과를 모셔 와 삼층석탑을 세우고 절을 크게 중건하며 영정사로 이름을 바꿨다. 889년 진성여왕 3년에는 보우국사가 승려 500명을 모아 선풍을 크게 일으켰고, 고려 충렬왕 12년인 1286년에는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국사가 1,000여 명의 대중을 맞아 불법을 중흥했다. 고원을 걸어 내려온 뒤 오래된 가람의 경내를 천천히 돌아보면 산행의 여운이 한층 깊어진다.

가는 길과 준비 사항
출발점인 호박소는 밀양시내에서 약 32km 떨어진 산내면 남명리 시례마을 쪽에 있다. 이동 거리가 짧지 않으니 아침 일찍 움직이는 편이 낫다. 총 7시간이 걸리는 코스라 해가 지기 전에 표충사에 닿도록 출발 시각을 잡아야 한다. 산행 부담이 걱정된다면 얼음골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호박소와 얼음골 계곡을 둘러본 뒤 케이블카를 타면 천황산과 재약산의 산세를 한결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천황산과 재약산을 거쳐 표충사로 내려오는 방향이 추천 코스이니, 하산 지점과 이동 수단을 미리 정해 두면 좋다. 고산지대라 평지보다 날씨 변화가 클 수 있으므로 물과 간식, 겉옷을 챙기자. 방문 전 공식 안내에서 운영 시간과 요금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계곡의 물소리, 고원의 바람, 고찰의 고요함이 한 코스에 이어진다. 체력에 맞춰 구간을 나누어 걷더라도 영남 알프스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