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족이 소득과 무관하게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성평등가족부는 10월 29일부터 양육비 선지급제의 소득기준을 전면 폐지한다고 9월 21일 발표했다. 지금까지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만 신청할 수 있었던 제한이 사라지면서, 양육비 채권을 보유하고 미지급 상태인 한부모라면 누구나 자녀 1명당 월 최대 2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소득 문턱 사라지지만 지급액은 현행 유지
양육비 선지급제는 비양육부모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한 미성년 자녀에게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뒤, 해당 금액을 비양육부모로부터 회수하는 제도다. 작년 7월 시행 이후 올해 8월까지 8188가구 1만2924명에게 약 231억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소득요건에 막혀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번 개정으로 소득기준은 사라지지만, 양육비 채권 보유 여부와 실제 미지급 상태,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한 법률·채권추심 절차 진행 등 다른 요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신청 직전 3개월간 받은 양육비의 월평균 금액이 선지급금보다 적어야 하며,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월 20만원이라는 지급액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실제 양육비 부담과 큰 격차
성평등부가 2024년 실시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 미성년 자녀 한명을 키우는 데 직접 지출하는 비용은 월평균 58만2500원이었다. 미취학 아동은 46만1000원, 초등학생 50만5000원, 중·고등학생은 66만1000원으로 자녀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용도 늘었다. 선지급액 20만원은 실제 양육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독일은 자녀 연령에 따라 월 227~394유로(약 35만~61만원)를 차등 지급하고, 핀란드는 물가 변동에 따라 매년 지급액을 조정한다. 전경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만원은 요즘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드는 돈에 미치지 못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학원비가 많이 드는데 매월 20만원이면 학원비만 내도 다 들어가는 만큼 현실에서는 적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양육비 이행률 여전히 절반 미만
전체 미혼 및 이혼 한부모의 71.3%는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육비 이행률은 2023년 42.8%에서 올해 6월 49.9%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절반에 못 미친다. 국가가 선지급한 양육비의 회수율도 낮은 편이다. 2025년 하반기 선지급액 약 77억3000만원 중 회수된 금액은 약 7억9500만원으로 회수율이 9.4%에 그쳤다.
정부는 신청 대상 확대에 맞춰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회수하는 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양육비 채무자의 재산을 추적하고 책임 이행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양육비이행관리원 관계자는 “소득기준 폐지로 인하여 혜택을 받게 될 한부모가구는 내부자료 기반으로 볼 때 전체의 3%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신청 방법과 유의사항
소득기준 폐지를 희망하는 한부모 양육비 채권자는 10월 29일 이후 양육비이행관리원 홈페이지(www.childsupport.or.kr) 또는 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신청서와 함께 판결문이나 양육비부담조서 같은 집행권원 서류, 최근 3개월 입금 내역, 통장 사본 등을 제출해야 한다. 문의는 양육비이행관리원 상담전화(1644-6621)로 가능하다.
소득요건 폐지는 법 시행일인 10월 29일 이후 결정되는 10월 선지급분부터 적용되며,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선지급금은 통상 매월 25일에 지급되고, 비양육부모가 선지급금 이상의 양육비를 직접 보내면 해당 월 선지급은 중단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양육비는 자녀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라며 “소득기준 폐지로 더 많은 한부모가족이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되는 만큼, 제도를 알지못해 혜택을 놓치는 가정이 없도록 적극 홍보하고 양육비 채무자의 책임 이행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